25년 3월 23일
토롱페디 - 토롱라 (4시간 30분)
4시 30분 출발 9시 도착
토롱라 - 묵티나트 (3시간 30분)
9시 30분 출발 1시 도착
추워도 너무 춥다. 전날 일찍 잠에 들었지만, 계속 잠에서 깻다. 새벽 3시 30분쯤 준비를 마치고 식당으로 갔다.
입맛도 전혀 없고, 전날 미리 주문해둔 버섯 수프가 넘어가질 않는다. 열 숟가락 정도 먹고 거의 남겼다....

대신 평소 마라톤 하면서 먹던 에너지젤을 먹었다.
끝없는 오르막을 이걸로 마라톤 하듯이 버텨볼 생각이다.

1시간 정도 지나 하이캠프에 도착했다. 춥고, 잠오고 무슨생각으로 걸었는지 기억이 안난다. 랜턴 불 빛만 쳐다보면서 계속 걸었다.. 뒷 사람에게 따라 잡히면 페이스가 느려지는 것 같아서 안따라 잡히려고 쉬지 않고 걸었다.

하이캠프를 지나 1시간을 더 걸으니, 해가 뜬다. 해가 뜨니, 조금 살 것 같다. 고도에 적응이 된 건지, 하이캠프 오를 때 보다 훨씬 상태가 괜찮다.

주변이 전부 하얀세상이다. 눈이 내리고 있어서 아이스 구간은 없고, 뽀드득 뽀드득 눈이 밟힌다.
발걸음은 천근만근, 배낭은 어깨를 짓누른다. 티샵에서 차 한잔 시켜서, 손을 녹여볼려고 해도 손이 녹질 않는다.


차 한잔 마시고, 다시 출발해보지만 30분 채 못가서 다시 지쳤다. 지쳐도 포기하지 않으면 토롱라를 넘을 수 있을거란 생각으로 걸었다.

4시간 정도 걸었을 무렵, 멀리서 토롱라가 보인다. 목표 지점이 눈 앞에 보이니 힘이 나기 시작했다.
사람이 붐비지 않아서 여유롭게 사진도 찍고, 티샵에서 또 차 한잔 마셨다.

티샵 내부에 태극기가 걸려 있다. 외국에서 태극기를 보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30분 정도 사진 찍고 쉬고 하산 길에 올랐다. 하산길 초반에는 눈이 있지만, 곧 눈이 없어지기 시작한다. 고도가 낮으면서 눈이 다 녹았다. 트래커들도 두꺼운 옷을 갈아입는다. 반바지에 나시만 입고 걷는 사람들도 보인다.

묵티나트로 가는 길은 지금 까지 와는 또 다른 풍경이다. 무스탕 지역에 들어 선 것이다.

내리막이 오르막보다 힘든다는 것을 체감했다. 내리막이 계속 되니 발목과 무릎에 무리가 많이 간다. 저 밑에 롯지가 보이나, 묵티나트는 아니다. 저기도 토롱페디로 반대로 토롱라를 오르는 사람이 출발하는 지점이다.

다른 트래커들은 저기서 점심을 먹고 묵티나트로 출발했지만, 우리는 패스하고 묵티나트로 바로 출발했다.
한 시간 정도 더 걸으니 묵티나트가 보인다. 트래킹 중에 수없이 건넜던 다리가 나온다. 이 다리가 트래킹 일정에서 마지막 다리였다.

다리를 건너니, 멀리 묵티나트 마을과 그 뒤로 다울라기리가 선명하게 보인다. 뭔가 합성해놓은 듯한 그림이다.
트래킹 일정 마지막에 이런 멋진 경치를 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묵티나트는 트래킹 일정 중 들른 마을보다 큰 마을이다. 대 부분 집들이 나무가 아닌 시멘트로 되어 있고, 차량이나 오토바이도 많이 보였다. 그리고 묵티나트에 사원이 있는데 인도인, 네팔인들이 평생 한 번 성지순례를 오고 싶어하는 곳이기도 하다.

우리는 점심을 간단하게 먹고 바로 포카라로 출발할 계획을 했다. 묵티나트에서 하루를 더 보내도 괜찮은데 장기 트래킹 하면서 씻지도 못하고 지쳐 있어서 포카라로 바로 이동하는게 좋다고 판단했다. 묵티나트는 여전히 3710m 고도로 샤워를 하면 고산증이 올 수 있다. 다음날 이동하면 저렴하게 버스로 이동할 수 있는데, 돈을 더 주더라도 짚을 구해서 빠르게 이동하고 싶었다. 우리가 점심 먹는 동안 가이드가 차량을 섭외해줬는데, 짚은 27,000 루피 정도 였고 픽업 트럭은 기사 포함 4명 탈 수 있고 15,000 루피 여서 픽업 트럭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묵티나트에서 포카라까지는 6시간 정도 걸렸다.

포카라로 가는 길은 경치가 좋다. 오기전에 공부한대로 공사구간이 많고, 먼지가 많아서 걸어다닐 구간은 아닌 것 같다.

저녁 늦게 가이드가 속한 축제에이전시가 운영하는 숙소에 도착했다. 포카라 레이크사이드에서는 조금 떨어진, 공항 인근에 위치한 숙소다. 숙소 이용객이 우리 밖에 없어서 편하게 이용했다. 늦은 저녁이지만, 삼겹살과 김치찌게를 준비해줘서 트래킹 마지막을 배부르게 보냈다.
돌이켜보면 정말 재밌는 트래킹이었다. 한국에서 흔쾌히 동행해준 동생도 잘 따라줘서 고맙고, 가이드 dilip도 일정 내내 잘 보살펴주어서 너무 고맙다. 그들과 함께해서 더 즐거웠고, 혼자라면 일찌감치 마낭에서 포카라로 갔을지 모를 일이다.
아직은 힘듦과 추위가 잊혀지지 않지만, 언젠가 삶이 무료해지거나 이 시절이 그리울 때 다시 한 번 히말라야로 와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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